2020년 설 연휴 시즌에 개봉한 영화 히트맨은 전직 암살요원이 웹툰 작가로 인생 2막을 살다, 다시 조직의 위협과 마주하게 되는 한국형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과장된 설정과 만화 같은 연출, 그리고 진심 어린 가족 이야기를 적절히 버무려 관객에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지금 다시 보는 히트맨은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 인생과 선택에 대한 유쾌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스토리 – 암살요원에서 웹툰작가로?! 말도 안 되는 반전 설정
히트맨의 줄거리는 시작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국가 비밀 조직 ‘암살요원’으로 활동하던 준(권상우)은 어느 날 갑자기 조직을 탈출해, 평범한 웹툰 작가가 됩니다. 하지만 만화가 실패하고 생계난에 시달리던 그는 술에 취한 채 자신의 과거를 웹툰으로 그려 공개하고,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이야기는 어찌 보면 B급 정서가 강한 설정으로 시작되지만, 이 허구성이 오히려 코믹함을 배가시키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고 싶은 한 남자의 과거가 다시 그를 덮쳐오고, 가족과의 갈등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넘나드는 서사가 전개됩니다. 특히 웹툰이 실시간으로 세상에 퍼지며 벌어지는 사건 전개, 그리고 과거 조직원들과의 재회 장면 등은 뻔하지만 그래서 더 웃기고, 그 안에 숨겨진 가족애와 인간미는 영화의 중심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코믹과 액션의 절묘한 조합
히트맨은 코믹 액션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리는 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액션 자체는 과장되고 만화적이지만,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의 리듬 덕분에 유치하지 않고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권상우는 오랜만에 액션과 코믹 연기를 모두 소화하며 ‘믿고 보는 배우’의 진가를 발휘합니다. 과거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여준 진지함과 탐정: 더 비기닝에서 보여준 코믹함을 잘 버무려, 이번 영화에서도 균형 잡힌 연기를 선보입니다. 정준호는 은근한 활약으로 영화의 ‘숨은 허리’를 담당하며, 이이경과 황우슬혜 등 조연들의 연기도 적절하게 배치되어 웃음을 더합니다. 특히 가정 내에서의 코믹한 갈등 장면은 많은 3040 남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폭소를 유발하는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가족 이야기 – 웃음 뒤에 숨겨진 진심
단순히 웃기기만 했다면 이 영화는 오래 기억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히트맨은 웃음의 껍질 속에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준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지만, 가정과 사회의 책임 속에서 그 꿈을 억눌러야 했던 평범한 아빠입니다. 그리고 그가 마주한 위기는 단지 과거의 조직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자기 자신이기도 합니다. 딸과의 갈등, 아내의 실망, 가족 앞에서 점점 작아지는 준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겪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가족은 결국 그의 곁에 남아주고, 이 영화는 ‘웃긴데 찡한’ 감정의 완급을 잘 조절하며 마무리됩니다.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가족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묘한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히트맨은 단순한 설날 코미디가 아닙니다. 허무맹랑한 설정을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그 속에 따뜻한 가족 이야기와 현실적 메시지를 담아낸 한국형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가볍게 웃고 싶을 때, 혹은 잊고 있던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을 때 한 번쯤 다시 꺼내 볼 만한 작품입니다.